터치스크린은 어떻게 손가락을 알아챌까: 정전식 터치의 원리
겨울에 장갑을 끼고 휴대폰 화면을 누르면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힘을 더 줘도 마찬가지입니다. 맨손으로는 살짝만 닿아도 움직이는데 왜 그럴까요? 요즘 스마트폰 화면은 누르는 힘이 아니라 손가락의 전기적 성질을 알아채기 때문입니다. 이 원리를 알면 장갑뿐 아니라 손이 건조할 때나 화면이 젖었을 때 터치가 말을 듣지 않는 이유도 함께 보입니다.
- 스마트폰 화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전극이 깔려 있고, 작은 전기장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 전기가 통하는 손가락이 다가오면 그 자리의 전기 신호가 바뀌고, 화면은 이 변화로 위치를 찾습니다.
- 보통 장갑은 전기를 잘 통하지 않아 이 변화를 막습니다. 힘을 줘도 소용없는 이유입니다.
힘이 아니라 전기를 봅니다
스마트폰에 널리 쓰이는 방식을 정전식이라고 합니다. 화면의 유리 아래에는 전기가 통하는 투명한 재료가 깔려 있습니다. 전극 재료로는 인듐 주석 산화물(ITO) 같은 코팅이 쓰입니다. 이 전극 덕분에 화면 위에는 작은 전기장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사람의 몸은 전기가 통합니다. 그래서 손가락이 유리에 다가오면 유리를 사이에 두고 손가락과 전극이 작은 축전기처럼 이어집니다. 전하가 유리를 뚫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 결합 때문에 전극에 모이는 전하의 양과 그 자리의 전기장이 달라집니다. 노르웨이 연구기관 신테프(SINTEF)와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설명도 이와 같습니다. 화면은 이 작은 변화를 읽어 "여기에 손가락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위치는 어떻게 찾을까
전극은 가로줄과 세로줄로 화면 전체에 깔려 있습니다. 두 줄이 겹치는 자리마다 전기를 조금 담아 두는 작은 축전기가 생깁니다.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의 터치 특허는 세로줄에 하나씩 차례로 전압 펄스를 넣어 이 교차점들을 살피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손가락이 닿은 자리에서는 교차점의 값이 달라집니다. 어느 가로줄과 세로줄에서 변화가 나타났는지 알면 그 위치가 곧 터치 좌표가 됩니다. 이 방식을 상호 정전용량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 분야를 정리한 한 논문은 요즘 터치 감지가 주로 이 방식에 바탕을 둔다고 설명합니다.
교차점을 하나씩 따로 살피기 때문에 손가락 두 개를 동시에 대도 두 자리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두 손가락으로 벌려 키우는 동작이 가능한 이유입니다. 반면 줄 하나하나의 전기 용량만 재는 자기 정전용량 방식은 어느 줄에 손이 닿았는지는 알아도 손가락이 여럿이면 정확한 자리를 가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 방식을 함께 쓰는 설계도 있습니다.
누르는 방식과는 무엇이 다를까
오래된 내비게이션이나 일부 산업용 기기에는 눌러야 반응하는 화면이 있습니다. 이런 방식을 감압식(저항막 방식)이라고 합니다. 두 방식의 차이는 무엇을 재느냐에 있습니다.
| 구분 | 정전식 | 감압식 |
|---|---|---|
| 재는 것 | 전기 신호의 변화 | 눌러서 맞닿은 자리 |
| 누르는 힘 | 거의 필요 없음 | 필요함 |
| 보통 장갑 | 잘 안 됨 | 가능함 |
| 보통 펜 | 잘 안 됨 | 가능함 |
터치가 안 먹는 때가 설명됩니다
원리를 알면 터치가 잘 안 되는 상황을 하나로 묶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모두 전기 신호의 변화가 약해지거나 엉뚱한 곳에서 생기는 경우입니다.
- 장갑을 꼈을 때: 보통의 장갑은 전기가 잘 통하지 않아 손가락까지 영향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수술 장갑처럼 아주 얇은 장갑은 인식되기도 합니다.
- 손이 아주 건조하거나 굳은살이 두꺼울 때: 컨슈머리포트는 이런 경우 터치가 잘 안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손끝의 죽은 피부층이 전기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 화면이 젖었을 때: 물도 전기 신호에 영향을 줍니다. 샤오미의 지원 안내는 화면의 물방울이 손가락의 터치 신호를 방해한다고 설명합니다. 화면이 멋대로 눌리거나 반응이 둔해지는 까닭입니다.
반대로 손가락이 아니어도 반응할 수 있습니다. 컨슈머리포트는 한국에서 소시지로 화면을 조작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소시지에 수분이 있고 사람 몸과 닿아 있으면 전기장에 영향을 줄 만큼 전기가 통한다는 설명입니다. 터치스크린이 보는 것이 손가락 자체가 아니라 전기적 변화라는 점을 잘 보여 줍니다.
원리에서 나오는 실천
- 겨울에는 터치 장갑 쓰기: 손끝에 구리나 알루미늄 같은 전도성 재료를 쓴 장갑은 전기가 통해 화면이 반응합니다.
- 화면과 손의 물기 닦기: 젖은 화면은 신호를 어지럽힐 수 있으니 먼저 물기를 닦아 봅니다.
- 손이 건조하면 보습하기: 컨슈머리포트는 물 성분이 있는 보습제를 바르는 방법을 권합니다.
- 전용 터치펜 쓰기: 보통 펜은 전기가 통하지 않아 반응하지 않습니다. 정전식용 터치펜은 전기가 통하는 재료로 손의 영향을 화면에 전합니다.
- 화면을 세게 누르지 않기: 정전식 화면은 힘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힘을 주기보다 위의 원인부터 확인합니다.
언제부터 있었을까
정전식 터치의 역사는 생각보다 깁니다. 영국 왕립 레이더 연구소의 에릭 존슨이 1965년에 정전식 터치스크린에 관한 글을 발표했습니다. 이 기술이 일상으로 들어온 것은 2007년 전후입니다. 그해 LG 프라다폰과 첫 아이폰이 잇따라 나오면서, 손가락으로 만지는 화면이 휴대폰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정리
터치스크린은 손가락의 힘을 재는 장치가 아니라 손가락이 만드는 전기 신호의 변화를 찾는 장치입니다. 그래서 세게 눌러도 장갑 낀 손은 인식하지 못하고, 물방울에는 엉뚱하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터치가 말을 듣지 않을 때는 힘을 주기보다 전기가 잘 이어지는지부터 살펴보면 원인을 찾기 쉽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댓글
댓글 쓰기